오전 회의가 끝나고 제안서를 수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자 방금 회의에서 받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회의 자료를 전달하고, 답변하기로 한 내용을 메신저에 남긴 뒤 다시 제안서를 엽니다.
제안서를 고치기 시작한 시각은 회의가 끝난 지 25분 뒤였습니다.

캘린더에는 한 시간이 비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시각과 다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각은 같지 않았습니다.
캘린더의 60분이 실제 60분은 아닙니다
제안서 수정과 회의가 잡힌 두 일정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 일정 A · 09:00~09:30 제안서 수정
- 09:30~10:00 회의
- 10:00~10:30 제안서 수정
- 10:30~11:00 회의
- 일정 B · 09:00~10:00 회의 두 건
- 10:00~10:15 후속 요청과 자료 정리
- 10:15~11:00 제안서 수정
일정 A에는 제안서 수정 시간이 모두 60분입니다. 일정 B에는 45분뿐입니다.
숫자만 보면 A가 15분 더 깁니다.
그러나 A에서는 회의가 끝날 때마다 제안서를 다시 읽고, 앞서 고친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B에서는 회의의 후속 처리를 마친 뒤 45분 동안 같은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짧은 확인 업무라면 30분씩 나누어도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업무 시간이 몇 분인지뿐 아니라, 그 시간이 중간에 끊기는지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회의는 끝났지만 주의는 남아 있습니다
업무를 전환한 뒤에도 앞선 업무에 주의 일부가 남는 현상을 ‘주의 잔여’라고 부릅니다.
소피 르로이의 연구에서는 이전 과제에서 주의를 충분히 떼지 못한 상태가 다음 과제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안건이나 답변하기로 한 질문이 계속 떠오르는 상황을 이해할 단서가 됩니다. 물론 피로나 주변 소음 등 다른 원인도 있으므로 집중이 안 되는 모든 순간을 이 현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회의가 끝난 뒤 필요한 처리까지 일정에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 전달과 확인 요청이 남아 있는데 회의 종료 시각에 곧바로 다른 업무를 붙이면, 새 일을 시작한 뒤에도 회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회의를 옮기기 어렵다면
내 캘린더를 내가 전부 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통화나 현장 문의에 바로 대응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의 사이에 넣는 업무부터 바꿔볼 수 있습니다. 30분 안팎의 짧은 구간에는 승인 확인이나 연락처럼 다시 시작하기 쉬운 일을 배정합니다. 제안서 작성이나 계약 조건 검토처럼 생각을 이어가야 하는 일은 가능한 연속된 시간에 잡습니다.
회의 후에는 ‘추가 확인 필요’라고만 적지 말고, 다음 행동을 구체적으로 남깁니다.
“김 대리에게 수정 자료 요청, 오후 2시에 회신 확인.”
누구에게 무엇을 요청했고 언제 다시 확인할지 정해 두면, 그 일을 기억하려고 새 업무 도중 메신저를 반복해서 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정 시각과 실제 시작 시각 비교하기
예정 시각과 실제 시작 시각이 달랐던 날에는 그 차이도 기록해 볼 만합니다.
제안서 수정은 10시로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10시 25분에 시작했다면, 그 사이에 처리한 일을 한 줄 적는 겁니다.
며칠만 기록해도 회의 뒤에 보통 몇 분이 더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일정을 잡을 때는 그 시간을 반영해,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실제로 시작할 수 있는 시각에 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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